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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서른 그리고 쉰

by 자 작 나 무 2020. 5. 30.

서른은 참 무서운 나이였다. 20대까지 열심히 읽던 많은 책에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이 든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써놓은 것을 잘못 읽고 오해하였다.  마흔 넘으면 정말 늙은이가 되는 줄 알았다. 옛날 사람이 옛날 사람 기준으로 혹은 자신의 좁은 소견을 일반화하여 쓴 것이다. 그때는 작가는 다 똑똑한 줄 알았다.

 

그래서 서른까지만 짧고 굵게 살다가 죽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였고, 10대에 서른 이후의 삶을 설계하지 않았다. 10대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나는 좁은 세상에 갇혀 살았다.

 

서른 즈음에 내 인생에 닥친 도미노식 풍파에 휘청이다 판단 착오로 아무나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아줌마로 정착해야 할 것으로 착각했다.

 

그때처럼 나이 오십이 넘으면 금세 늙어지고 세상이 끝날 것처럼 착각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 마흔아홉엔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덕분에 한때 엄청나게 불었던 체중을 정리하고 옛날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을 찾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엉뚱한 일을 벌이는 시기엔 그만한 계기가 있고, 거기엔 착각과 오해도 끼기 마련이다. 앞으로의 삶은 살아보지 못해서 막막하지만, 이전 세대가 살다 간 노년과는 조금 다른 그림을 그려야 실수를 덜 하고 살 것이다.

 

체계 없이 치열함 없이 사는 지금의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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