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생이 된 딸은 주중에 온라인 수업 몇 시간 듣고 팀별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같은 과 친구와 주중에 몇 번 접속해서 화상회의를 한다.
어제 갑자기 흥분해서 저희 과 친구 이야기를 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어도 화상으로 대면한 것이 전부인데도 벌써 이야기할 거리가 생긴 모양이다.
무슨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가 자기 반 친구 중에 한 명이 입시에 합격했는데도 울어서 절교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단다. 입시 결과 발표 나는 즈음에 합격과 불합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고3 교실의 분위기 때문에 합격해도 친구들 앞에서 너무 기뻐하거나 혹은 떨어져서 마구 울어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라는 담임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단다.
그런데 그 친구네 반의 어떤 학생이 울어서 떨어진 줄 알았는데 합격했는데 울어서 어이가 없어서 화 나서 절교했다는 것이다.
"엄마, 친구가 합격하면 내 일이 아니어도 기뻐해 주고 축하해주고 싶던데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그래...... 너무 좋으면 울기도 하잖아. 무슨 시상식에 올라와 상 받은 사람들도 웃기보다는 그간 지나간 시간이 떠올라서 감정이 북받쳐서 울 수도 있는데...... 그 친구가 울었다고 꼴 보기 싫다고 절교했다는 거야?"
"그래, 엄마......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난 엄청 착한 편도 아닌데 그 애가 그런 말 하니까 너무 이상하고 적응이 안 돼. 다들 나보다 조금은 더 못 된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냐, 너보다 착한 사람도 많잖아. 엄마도 있고......."
"아니, 엄마는 착한 게 아니라 바보 수준이지!"
내 딸이 지켜본 나는 바보 수준으로 착한 거여서 자기가 정상이란다. 순하고 착하게 살면 가족에게도 바보 취급당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딸은 나를 바보로 생각한다. 나처럼 너무 착하게 살면 안 된단다.
딸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사람과 세상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내가 영악하게 살지 않아서 저가 손해본 것도 없는데 뭔지 모르게 답답해 보이긴 했나 보다. 혼자 저 키우면서 20여 년간 겪은 일이 많아서 나도 이젠 예전 같지 않다. 적당히 계산도 하고 싫은 건 잘 피해 다닌다. 아무에게나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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