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아침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 머신 청소부터 한다.
일주일 동안 여행 다녀온 것처럼 집에 돌아오니 잠옷 바람에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한동안 금요일마다 돌아오는 여행을 매주 하게 될 것이다.
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 계신 분이 진주에서 출퇴근하신다기에 그 차를 타고 진주까지 이동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그분 친정 오빠가 나와 같은 과를 다녔단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 많은 곳이 이 동네다.
고향 사람이 아니어도 그렇게 연결되기 쉬운 좁은 동네다. 학번을 묻는다. 자기 오빠보다 당연히 내가 한참 후배일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 확인하고 보니 내가 2년 선배다.
살쪄서 늙어 보인다고 딸이 나를 그렇게 구박해서 걱정했는데 4살 아래인 여선생님이 내가 자기보다 어릴 거라 생각했다니...... 피익 웃음이 난다. 딸에게 쫑알거리며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그 선생님도 집에 가면 오빠에게 나에 관해 물어본다고 했으니 화요일 출근하면 수다거리가 생기겠다.
일주일 동안 2시간 연강인 수업이 많아서 이야기보따리를 좀 풀어놓고 신나게 이야기하고 낯선 사람이 와서 불편하게 새 학기 수업을 하게 되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제는 까불까불한 1학년 남학생이 나에게 20대 같다는 말까지 했다. 자기 부모보다 나이 많은 나를 학생들이 동네 아줌마나 할머니급으로 보지 않고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낀다는 표현이다. 설마 50대가 20대 같아 보이겠는가.
나의 부족함과 어눌함이 너무 완벽하고 반듯반듯한 사람보다 오히려 편하게 느껴져서 금세 본색을 드러내고 경계를 푸는 순수한 그들과 한철 보내게 된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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