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신경 곤두세우고 이것저것 따져서 생각한다고 지금 내 상황이 거짓말처럼 더 나아질 것도 아닌데 뭐하러 힘들게 어렵고 골치 아픈 가상 상황을 만들어서 고민해야 하나.
어차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 앞으로 다가올 일은 최대한 무심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힘든 것은 힘든 대로.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고 채우지 못하는 것은 버리기도 하면서 사는 거지.
완벽한 도면을 그렸다고 완벽한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잘 지은 집도 비 오면 젖고 습한 날은 습하고 뭐 그런 거지.
적어도 비 많이 온다고 물에 홀랑 빠져서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위험한 미래와는 마주하지 않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오래 길게 살아야 할 것 같으니 있는 힘 없는 힘 짜내서 나를 괴롭히진 않을 것이다. 이젠 짜낼 힘도 없고, 이만큼 견디는 것만 해도 어디야? 나도 한동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흘러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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