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얼마나 쇼핑을 했는지 매일 몇 가지씩 택배가 온다. 과히 비싸거나 사지 말았어야 할 것은 없지만 시간을 두고 인터넷 창을 열어 노닥거리지 않았더라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를 것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 도착한 옷 중에 이월 상품이면서 여름 마지막 떨이 상품으로 나온 저렴한 롱 원피스 한 가지는 옷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작년 이맘때 비해서 살이 많이 쪄서 제대로 들어가는 옷이 없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대충 가리고 다닐 셈으로 샀다.
입어보니 자루를 걸친 것 같은 데다가 역시 보기 싫은 뱃살 때문에 옷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딸이 입으니 나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딸이 그간 식사량 조절해서 10kg 뺀 보람이 있다. 새 원피스는 딸에게 넘어갔다.
새로 산 옷 중에 옥색 블라우스를 입어보니
"왜 수술복 같은 걸 샀어?"
"화면에서 볼 때는 예뻤어. 날씬하고 예쁜 모델이 입어서 예뻐 보였는데..... 내가 입으니까 정말 수술복 같네...... 에이, 그래서 여태 안 팔리고 이 가격에 내놨겠지."
그래도 대충 뱃살은 가려지니까 반품하지 않고 입기로 했다.
제주도에 오늘 밤에 태풍이 지나갔다는 글을 보고 내일 제주도에 기어이 가겠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딸을 쳐다보고 동의를 구하니까
"엄마, 그 동네 확진자 떴다는 뉴스 뜨면 제주도에서 건너오지 말고 거기 있어. 나는 감염 되고 싶지 않거든."
안 하던 기침을 하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니 여행만이 내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간 큰 생각을 했다가 삼키기를 반복한다. 마음의 병이다.
"엄마, 오늘은 얼굴이 좀 순하고 착해 보여. 이상하게 외출하는 날은 얼굴이 달라지고..... 밖에 못 나가는 날인데 얼굴이 어려보이고 착해 보이네......"
카페 게시판에서 사흘 글 안 쓰고 사람이랑 말 안 섞고 혼자 멍하니 있었더니 정말 멍청해 보이나 보다. 이게 희망을 잃고 아픈 사람 얼굴이야...... 의욕도 욕심인데 그 욕심을 부릴 데가 없어서 마음이 물렁물렁해지니까.......
'흐르는 섬 <2020~2024>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요일 데이트 in 통영 (0) | 2020.08.30 |
---|---|
국수와 커피 한 잔 (0) | 2020.08.30 |
뿔이 점점 자란다. (0) | 2020.08.26 |
나도 심술 난다고~~ (0) | 2020.08.24 |
해 질 무렵 (0) | 2020.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