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한 마리 삶아서 다리 하나씩 먹고 닭가슴살은 먹기 좋게 찢어서 닭 육수 넣고 닭개장 끓인 것.
전복과 황기, 대파, 양파, 마늘을 듬뿍 넣고 닭과 함께 삶아낸 국물을 반은 닭개장, 반은 전복죽으로 만든다.
딸이 이렇게 끓여낸 닭개장을 좋아해서 내일이나 모레쯤 끓일까 했는데 어제까지 아무 말 없더니 오늘 갑자기 내일부터 학교 가서 지낸다 한다. 학교에 스마트 근로 신청한 것이 소득분위와 성적순으로 뽑아서 떨어진 것 같더니 누군가 한 명 빠져서 자기 차례가 돌아왔다는 거다.
구워주려고 사놓은 고기와 해물에 순두부 넣고 끓인 탕을 좋아해서 준비한 재료는 아직 냉장고에 있는데...... 난감하다. 오늘 저녁에 가려는 걸 붙들어둬서 내일 아침에 서둘러 나가려면 같이 밥 먹기도 어렵겠다.
대면 강의를 하지 않아서 학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스마트 근로를 핑계로 결국 학교 가서 지내겠다는 거다. 공부하지 않아도 학교에 가야 친구도 만나고 학교에도 익숙해질 테니까 잘 됐는데 이렇게 떠나면 앞으론 어쩌다 한 번씩 주말에 얼굴 보는 것 외엔 만나기도 어려워질 것 같아서 벌써 섭섭하다.
어차피 일어날 일인데,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해서 집 떠나지 않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딸이 여기 있을 줄 알았다. 9월부터는 세 집 살림하게 되겠다. 나는 금요일 오후에 무조건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니까 가만히 쉬는 주말은 한동안 없을 테니 며칠만이라도 실컷 빈둥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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