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오전에도 바람이 꽤 불었다. 어제 해 놓은 이불 빨래가 다 말라서 오늘도 얇은 이불과 깔개를 세탁기에 넣었다.
둘이 하나씩 퀸사이즈 이불을 덮고 지내다가 딸이 하나 가져가고 집에 하나 남기려니 내가 가져갈 이불이 없었다. 매장에 가서 만져보고 사고 싶었지만, 인터넷으로 산 이불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해서 거실 의자에 던져뒀다가 어제야 빨았다.
찾아서 하려면 끝도 없을 집안일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못 본 척하던 것을 결국 한 가지씩 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머릿속이 멍해지면 나가서 움직이고, 좀 귀찮아지면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또 멍하니 앞에 한 일이 잊히면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뭔가 많이 한 것 같지 않은데 한 가지씩 일거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니 가끔 집안일 하기 귀찮아서 우렁각시 타령하던 생각이 난다. 내가 집을 비운 동안 혹시나 딸이 우렁 각시가 되어줄까 하는 기대도 해봤다. 그럴 리가 있나.....
나도 모르게 내가 우렁각시가 되었다가 돌아서면 잊고 또 우렁각시가 되는 거다. 한꺼번에 몰아서 힘들게 집안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힘들다. 쉬다가 하다가, 놀다가 하다가 오늘 집이 얼마나 깨끗해지는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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