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집에 돌아온 이후 문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지냈다. 아예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더니 바깥이 궁금하지도 않고 구태여 나가고 싶지도 않다. 며칠째 꼼짝도 하기 싫었던 몸이 오늘 오후에 딸이 집에 돌아온 뒤로 자동반응하듯 움직여진다.
일요일에 둘 다 각자 생활할 곳으로 떠나야 하니 냉장고에 식자재 중에 변할 것은 다 처리해야 한다. 남은 달걀 중 몇 개는 풀어서 달걀찜 만들고, 구워주려고 샀다가 포장도 뜯지 못한 고기는 멸치 육수 만들어서 김치찜에 넣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함께 먹고 딸이 또 능글맞게 웃으며 똥 이야기를 한다. 집에 돌아와서 편안하다는 표현이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시작된 똥 타령은 아주 가지각색이다. 들은 것을 적어놨더라면 독특한 코믹 시리즈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매번 정신이 아득해지도록 웃고 꼭 써서 책 내야겠다는 말까지 하고도 잊어버렸다. 몇 장짜리 만화로 연재해도 될 만큼 한 가지 소재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억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뭐든 돌아서면 자꾸 잊어버린다.
지금은 가스레인지에 달걀찜이랑 멸치 육수 우리고 있는 것 잊지 말기!
'흐르는 섬 <2020~2024>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닷가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0) | 2020.09.04 |
---|---|
더는 못 참겠어 (0) | 2020.09.04 |
우렁각시 (0) | 2020.09.03 |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는 시간에 (0) | 2020.09.03 |
딸이 독립한 첫날 (0) | 2020.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