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세계여행. 일주일간의 프랑스 여행이 시작되던 첫 날. 파리행 에어프랑스를 타기 위해 전날 인천공항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었다.
사진에 찍힌 그 당시 쓰던 폴더폰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그 사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첫 기내식은 우리에겐 처음이어서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다.
샤를드골 에투알 광장(La Place Charles de Gaulle Étoile)
파리에 도착한 시간이 파리에선 점심 때가 살짝 지난 시각이어서 곧장 시내 관광에 나섰다. 공항에서 택시로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제일 먼저 튈르리 공원을 가로질러 눈에 띄는 개선문을 향해 걸어갔다. 첫날은 시차 때문에 피곤할 터라 특별한 계획이 없었기에 보이는 대로 하고픈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첫 파리 방문에 첫 해외여행이라는 흥분감 때문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우선 개선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개선문 위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높이 50m, 폭이 약 45m. 사진으로 보며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상징물이었다. 나폴레옹 1세가 명하여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문으로 개선문 벽엔 장군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쟁에 승리하였다면 패배한 쪽도 있을 터이니 이런 기념물은 인간의 우매하고 참혹한 시행착오의 역사를 반영한다. 누군가의 명분을 위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전장의 피해자들을 위해 짧은 묵념을 올렸다.
약간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개선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구불구불하고 다리가 퍽퍽해지도록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다. 8시간의 시차를 감안하면 오후 3~4시 쯤이었어도 우리나라에선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다. 올라가는 길에 괜히 입장권을 끊었나 하고 후회했다. 어린 딸이 몹시 힘들어했고, 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힘든 걸음으로 끝까지 올라가보니 파리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피곤할 시각에 딸을 거기까지 올라가게 해서 눈치 보이던 감정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던 딸이 기분 좋게 새로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달라했다.
라데팡스 지역의 신개선문이 저 멀리 보인다. 한 달음에 휙 달려갔다 올 수 있다면 시원하게 쭉쭉 뻗은 길로 자유롭게 거닐고 싶은 심정이었다.
파리의 상징물 에펠탑도 저 만치에 섰다. 꿈인지 생신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드레날린이 솟아올라 내 피곤한 머리를 잠시 속이고 들떠서 똑딱이 디카의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저 빨간 이층버스는 또 얼마나 신기한가. 이층버스를 처음 보는 딸이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내려가면 저길 가봐야겠다.
내려가는 길도 어지럽긴 마찬가지. 하지만 올라올 때 보단 훨씬 낫다.
개선문에서 내려온 뒤 빨간 2층 버스들이 줄지어 섰던 거리를 향해 갔다. 말로만 듣던 샹제리제 거리다.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청소차도 신기하다.
리도쇼 하는 곳에도 들어가보고 싶지만, 미성년자인 꼬맹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통과~
손님을 끌기 위해 쇼핑몰 매장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손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꼭 영화제의 레드카펫에 등장하는 영화배우들이 느끼는 기분과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연출로 그냥 지나치려던 손님들의 발길도 붙잡는 것이다. 나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부끄러워서 들어가질 못했다.
시차를 무시할 수 없는 첫날이라 쇼핑몰 어딘가 식당에 들어가 익숙한 파스타를 주문해서 저녁으로 먹었다. 음식을 주문한 뒤 딸은 잠이 들어버렸다. 저 많은 음식을 그대로 남기고 비몽사몽 정신을 잃은 딸을 부축해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달리의 작품처럼 우리의 시간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왜곡되어 현실감각을 잃어 꿈과 현실과의 경계가 허물어진듯 했다. 시공을 초월한 몽환적 감각으로 절로 젖어드는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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