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페 게시판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한 가지는 나 혼자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서다.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지금은 어지간히 봐서 딱히 궁금한 점은 없지만, 여전히 생각하는 바에는 차이가 더러 느껴진다.
오늘 유머 게시판에 누군가 고작해야 한 돌 정도 지난 아이가 손톱깎이를 잡고 자기 발톱을 깎는 시늉하는데 손과 발이 박자가 맞지 않아서 자꾸 어긋나는 짧은 영상을 귀엽다며 올려놓은 것을 봤다.
내 눈에는 위험천만해 보이는데 그냥 그 어설프게 손발을 놀리며 손톱깎이를 가지고 노는 것이 귀엽다는 것이다. 그 아이 손에 쥐어진 손톱깎이로 자기 발가락이라도 제대로 집었다면 위험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 그 장면을 웃으면서 즐긴다는 것이 나는 어쩐지 소름 끼친다.
20대에도 한때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뭔가를 보는 시각이 달라서 공감대 형성이 안 되고 이물감을 느낄 정도는 불편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남들이 웃으면 따라 웃고, 남이 하는 반응대로 따라하면서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따라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는데 공포 영화에서 많이 봐서 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글 올리는 것을 보면 그나마 멀쩡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겪었으면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 본 소감문처럼 찍찍 갈겨 쓴다.
나에게도 혹시 그런 면이 있지는 않을지 이젠 오히려 걱정된다. 무던하게 섞이려고 애써도 아닌 것은 아닌 줄 아니까 고개를 돌린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부감 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른 시점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수를 설득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고 넘치는 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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