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사는 집에 방이 세 개 있다. 방마다 이름도 있다. 우리 모녀의 옷이 온통 차지한 옷방, 딸내미 사진이 벽에 걸린 딸내미 방, 책장과 책상과 컴퓨터뿐인 공부방. 내 방은 없다.
성장기에도 4남매가 방 한 칸씩 차지할 수는 없어서 여동생과 방을 같이 써서 사생활이란 것이 없었다. 대학 다닐 때 하숙방도 룸메이트가 있었다.
다수가 함께 모여 지내는 공동생활 공간이기도 하고, 몇 달만 누릴 공간이지만, 기숙사의 내 방은 온전한 나만의 공간은 처음이라는 의미를 두고 조금은 애착이 생긴다.
어제 짐 풀어놓고 시작한 가구 자리 옮기기, 공간 활용을 위한 최적화라기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최적화가 되겠다.
1.
이렇게 배치한 것은 냉난방 조절기가 가깝고, 머리를 두는 방향이 남향이어서 선택한 것.
2.
첫 번째 배치엔 누워서 휴대폰 충전하려니 콘센트가 멀어서 일단 콘센트 가까이로 매트리스를 옮겼다.
3.
뭔지 모르게 허전해서 책상 위치 변경,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는데...... 피곤한 시각을 넘기니 잠이 달아나서 가구 옮기기가 놀이가 됐다.
4. 한쪽 벽으로 다 몰아놓고 한쪽 벽은 비우는 것으로 밤중에 가구 옮기기 놀이 끝.
머리 두는 방향은 동쪽, 머리 맡에 가까이 콘센트도 있고, 책상으로 입구에서 보일 내 머리 부위도 가려지고 동선에 일관성 있고 깔끔하게 한쪽 벽도 비웠다.
그런데 뭔지 모르게 이쪽에 몰아둔 것이 불편하다. 이 묘한 기분은 쓸데없이 에너지가 남아서 그런 것이라 믿고 오늘은 이대로 자거나, 아주 묘안이 떠오르면 한 번쯤은 더 옮겨봐야겠다. 밥을 해 먹을 수 없는 곳이어서 저만큼만 있어도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 그런데 우리 집에 남겨둔 그 많은 짐은 왜? 여태 안고 살았을까?
다른 계절에 입어야 할 옷이 있구나.....
유일하게 가져온 인테리어 겸용 필수품. 벽에 걸려있던 시계는 건전지를 교체해도 움직이지 않아서 하나 바꿔 달랬더니 비어있던 옆방 시계를 건네주셨다.
앞뒤로 곰팡이가 잔뜩 피어서 닦아도 시계 내부에 핀 곰팡이까지 닦아낼 수가 없어서 고민하던 중에 마침 YES24에서 3,000포인트 차감하고 저 시계를 준다기에 기분 좋게 적립 포인트와 바꿨다. 인터넷 안 되는 저 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