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리 탄수화물만 먹어서 마트에서 산 컵라면이나 김밥과는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 저녁에 읍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에 찾아갔다. 근처에 인가도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다.
대체로 식생활 물가가 비싼 곳이어서 다른 식당은 돈가스가 기본은 12,000원 정도라는데 여기는 8,000원. 레스토랑은 아니고 한식당인데 돈가스도 판다. 이름하여 한식 레스토랑 '내리 식당'
며칠 전 딸이 친구와 학교 앞에서 맛있게 먹었다며 보내준 돈가스 사진. 이거 보고 나도 어쩌면 돈가스 생각이 났나 보다.
'내리 식당' 돈가스는 양도 많고 맛도 괜찮다. 소스에 땅콩을 부숴 넣어서 씹히는 맛도 있고 그럭저럭 어지간한 동네 돈가스집에 밀리지 않는 맛이다. 튀김 상태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고기 적당히 두꺼워서 밥을 곁들여 다 먹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르다.
식당에 가기 위해 건넌 내리 1교.
내리 1교를 건너면 세 갈래 길이 있다. 내리 식당 가는 길, 한방 펜션 촌 가는 길, 수선사 가는 길. 여기는 사람도 차도 없는 막다른 길로 이어지는 한방 펜션 촌
요즘 목요일 저녁에 펜션 촌이 조용한 건 당연한 사실. 전에도 이 펜션을 지나다가 본 복실이 보러 여기까지 걸어왔다.
낯선 내가 지나가도 짖지 않고, 길가쪽으로 와서 앉아서 멀리 뭔가를 바라본다. 덩치가 커서 북극곰 같다.
순찰차가 한 번 다녀간 뒤 한동안 차도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전에 여기서 뱀 밟을 뻔해서 이번엔 눈 부릅뜨고 다녔다.
내리 1교 지나면서 건너편에 환하게 불 켜진 좁은 도로엔 사람도 차도 지나가지 않는 곳이어서 걷는 게 망설여졌는데 마음먹고 조금 가보니 물이 불었을 때 넘친 흔적이 있고,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조금 걷다가 금세 돌아 나왔다.
낮에 걸은 거리와 퇴근 후에 걸은 거리가 합쳐졌다. 그래도 하루에 저 정도는 움직이는 것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추워지기 전에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추워지면 저녁에 읽을 책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