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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9월 23일

by 자 작 나 무 2020. 9. 23.

기숙사 휴게실에 느려터진 컴퓨터 말고 인터넷 연결된 컴퓨터 사용 가능한 공간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 속도면 사용할만하다. 다만 학생들 틈에서 PC방에 앉아서 컴퓨터 쓰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게 신경 쓰일 따름이다.

 

앞으론 옆 건물 4층 사무실까지 올라가지 않고 가끔 여기서 온라인 클래스 관리도 하고, 연수도 들어야겠다.

 

이번 주말 지나고 화요일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딸도 이번 주엔 집에 가지 않는다고 하고, 나도 일요일에 이곳으로 왔다가 다시 화요일에 가야 하니 번거롭다.

 

이번 주엔 집으로 가지 말고 어디든 다녀와야겠다. 2박 2일짜리 일정으로 갈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 혼자면 더더욱..... 글 쓰다가 내가 혼잣말한다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됐다. 어제는 아무도 아는 사람 없다고 강변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래 부르다가 그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 머쓱해졌다. 조금 전에도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쓰다가 그대로 읊조리듯 혼잣말을 크게 해서 나도 놀랐다.

 

그래도 어쩐지 신난다. 저녁에 이렇게나마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뭐든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살아온 온라인 중독자인 것을 인정한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계속 나는 이런 방식을 빌어 존재해왔다.

 

오늘 스치듯 지나간 함양 개평마을이며, 점심을 먹고 지나간 거창 마리면 일대의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가고 싶다. 

 

**

방금 슬리퍼를 끌고 시끄럽게 들어온 여학생 몇 명이 떠드는 바람에 머릿속에 흐르던 냇물이 뚝 끊겼다. 내 말 한마디에 시끌벅적한 PC방 같던 이곳이 금세 학습실로 바뀌었다.

 

요즘은 어떤 생각이든 펜을 들어 쓰는 것이 아니라 키보드로 기록하는 게 자연스럽다. 생각날 때 내 손은 펜이 아니라 이렇게 기록하는 데 너무 익숙해진 모양이다.

 

어떤 생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일종의 집착인데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

생각한 대로 다 쓸 수도 없고, 쓸 필요도 없다. 그래도 나중에 읽었을 때도 중언부언하고 앞뒤가 맞지 않게 읽어질 정도면 문제가 많다. 내 생각이 흘러나오는 대로 그대로 기록해도 큰 문제가 없었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시골 버스의 배차 간격처럼 뜬금없이 황당한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 찻집에서 대화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내 관심사와는 먼 이야기만 오갔다. 이도 저도 아닌 대화에 끼면 불편하다. 말차를 마실 수 있겠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으면 되는데 고1때 다도를 스님께 배웠다고 말해버렸다.

 

그래서 그때 다양한 차를 맛봐서 차 맛에는 익숙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만 짧게 말하고 끊어버린 거다. 내 머릿속에 상영되는 장면 중 일부를 발췌해서 꺼내놓고 맥락 없는 몇 마디가 대화를 묘하게 단절시켜버리는 거다. 

 

누군가 내게 하는 말에 대해서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알아들었는데 그다음 다른 생각과 이어 맞춘 말로 받아친다. 텔레파시로 바로 생각을 전달하는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런 불상사를 줄일 수 있을까?

 

어떤 종류의 생각이거나 생각 끝에 결국 내가 집착하는 그 문제로 돌아와서 멈춘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졌다가 거짓말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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