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뒤, 상준이가 잘 있는지 보러 한방 펜션 촌으로 걸어갔다.
저 복실이 이름이 상준이다. 어제 짖는 소리가 너무 이상해서 어디 아픈지 굶는지 너무 궁금해서 오늘도 갔더니 오늘은 어제처럼 쉰소리가 나지 않게 컹컹 짖었다. 가까이 가 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갑자기 날쌔게 달려들 기세로 제 집 바깥까지 쫓아 나와서 식겁하고 도망쳤다.
금세 어둑어둑해진다. 구름이 동네를 에워싼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를 혼자 뚜벅뚜벅 걷는다. 오늘은 후드티 하나 입고 나왔는데도 춥지 않다. 어쩐지 봄날 같다.
산을 바라보면 금세 눈이라도 쏟아질 듯한 기세지만 바람은 온화했다. 이 광경을 보고도 금세 비 쏟아질 테니 얼른 가야겠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긴 이런 곳이다. 저 멀리 띄엄띄엄 불빛 하나씩 보이는 곳
어디를 가도 산 아래 그림자에 발이 걸리는 곳
조용히 한적한 길을 걷다가 후드득 쏟아지는 비를 만났다. 금세 쏟아질 비를 맞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멀뚱하니 보고만 있다가 비를 맞으며 한참 걸어왔다. 겉옷이 제법 젖었다. 따뜻한 물로 씻고 매트리스에 누워 뒹굴뒹굴하다가 마른 옷을 챙겨 입고 나오니 어쩐지 기분이 산뜻하다.
얼마 만에 이렇게 우산 없이 비를 맞아본 것인지......
빗소리를 들으며 혼자 빈 사무실에 앉아서 자판 두드리는 소리뿐인 이곳에서 도시에 사는 이들이 그리워하는 산과 강을 끼고 걷다가 문득 나는 사람 목소리가 그립고 갑자기 달달한 사탕 한 알 입에 물고 싶어 진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싶어서 (0) | 2020.11.19 |
---|---|
11월 18일 (0) | 2020.11.18 |
11월 16일 산청 산책길 (0) | 2020.11.16 |
11월 16일 (0) | 2020.11.16 |
고백 (0) | 2020.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