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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마스크 덕분에? 때문에?

by 자 작 나 무 2020. 11. 25.

오늘은 애들이 짐 싸서 기숙사를 다 떠난다.

다음 주까지 전 학년 온라인 수업이다.

나만 혼자 기숙사에 남아서 

'기숙사에서 나 홀로'를 찍게 생겼다.

 

엊그제 초저녁에 학생들 없는 시간에 

체력 단련실에 갔더니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쓴

남학생 한 명이 혼자 운동을 하고 있다.

나를 보더니 꾸벅 인사를 한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시간엔 학생이 여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저 학생 아니에요. 사감인데요....."

 

"앗~! 죄송해요. 마스크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몰라서 제가 실수했어요. 죄송해요~~"

그러곤 밖으로 휙 나오지 않고 

머쓱하게 훌라후프를 돌렸다.

 

나는 괜찮은데...... 내가 뒤에서 훌라후프 돌리는 것이

불편한지 사감이라는 젊은 남자가 나간다.

 

어제 오후에 우리 연구실 대빵 남 선생님을 붙들고 

그런 사감이 있는지 여쭤봤다.

"응.... 그 젊고 잘 생기고 어깨도 떡 벌어진 그 사감 말이지?"

"잘 생겼어요? 마스크 쓰고 있어서 얼굴 못 봐서 몰라요."

 

마스크 덕분에 가끔 나도 저녁에 

기숙사에서 학생으로 오인받기도 하고

나도 사감을 학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

사감이라면,

아...... 어쩌면 봤겠구나......

기숙사에 혼자 있는 시간에 복도에 아무도 없을 때

15,000 걸음 채운다고 기숙사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정말 되지도 않는 춤도 아닌, 운동도 아닌

이상한 걸음으로 오두방정 떨던,

만화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을

CCTV로 어쩌면 봤을 수도 있겠구나.....

그 복도에 CCTV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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