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애들이 짐 싸서 기숙사를 다 떠난다.
다음 주까지 전 학년 온라인 수업이다.
나만 혼자 기숙사에 남아서
'기숙사에서 나 홀로'를 찍게 생겼다.
엊그제 초저녁에 학생들 없는 시간에
체력 단련실에 갔더니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쓴
남학생 한 명이 혼자 운동을 하고 있다.
나를 보더니 꾸벅 인사를 한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시간엔 학생이 여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저 학생 아니에요. 사감인데요....."
"앗~! 죄송해요. 마스크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몰라서 제가 실수했어요. 죄송해요~~"
그러곤 밖으로 휙 나오지 않고
머쓱하게 훌라후프를 돌렸다.
나는 괜찮은데...... 내가 뒤에서 훌라후프 돌리는 것이
불편한지 사감이라는 젊은 남자가 나간다.
어제 오후에 우리 연구실 대빵 남 선생님을 붙들고
그런 사감이 있는지 여쭤봤다.
"응.... 그 젊고 잘 생기고 어깨도 떡 벌어진 그 사감 말이지?"
"잘 생겼어요? 마스크 쓰고 있어서 얼굴 못 봐서 몰라요."
마스크 덕분에 가끔 나도 저녁에
기숙사에서 학생으로 오인받기도 하고
나도 사감을 학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
사감이라면,
아...... 어쩌면 봤겠구나......
기숙사에 혼자 있는 시간에 복도에 아무도 없을 때
15,000 걸음 채운다고 기숙사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정말 되지도 않는 춤도 아닌, 운동도 아닌
이상한 걸음으로 오두방정 떨던,
만화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을
CCTV로 어쩌면 봤을 수도 있겠구나.....
그 복도에 CCTV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