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도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 나 혼자 자는 것이 도무지 내키지 않아서 오늘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경유지인 진주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서 터미널에 들러서 배차 간격 긴 산청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핑계 좋지~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 위험을 감수하고 몇 번씩 거길 오가는 것은 수능시험 앞두고 위험하긴 하다.
걱정 많았는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니 여전히 썰렁하다. 먼지 좀 닦아내고 컴퓨터 켜놓고 멍하니 앉았다. 주말에 잠시 혼자 다녀가는 집에 먹거리는 냉동식품뿐이고, 그조차도 넣고 요리할 채소 한쪽 없다.
그나마 남아있던 와인과 과일 치즈로 저녁을 대신하려니 조금 아쉬워서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딸을 오래 못 본 것이 섭섭해서 과일 건네준다는 핑계로 대학가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만났다. 시험 앞두고 바쁘다는데 오라 가라 할 이유가 없다. 새로 개척한 쌀국수집 이야기부터 한다. 맛있었다고 다음에 같이 가자 한다.
딸이 그렇게 싫다고 고개 흔들던 음식에 맛 들여서 계속 베트남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게 우습다. 코로나 19가 좀 잠잠해지면 베트남 여행은 갈 수 있겠다. 오로지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는 유럽 뿐이라던 딸의 고집을 넘어설 이유 한 가지가 생겼다. 맛집 찾으러 베트남으로~ 그럴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집에서 혼자 9일을 버티려면 와인을 도대체 얼마나 사야 할까? 커피는 충분한데.....
낮에는 커피, 해지면 와인으로 이 막막하고 외로운 시간을 버티려 한다.
더 맛있는 와인을 사고 싶다. 쉬라즈는 마실만 한데 어쩐지 아쉽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점점 익숙해지는 동안 술도 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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