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에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장기적으로 내 장기에 위협이 될 것 같아서 오늘부터 빈속에 커피 마시는 것은 피하기로 했다. 아침에 꼭 커피를 마시는데 아침밥은 딸내미 재수하면서부터 끊었다.
늘 아침밥 해서 차려줬는데 재수생이 된 뒤엔 늦게 잠들고 늦게 깨서 아침을 먹지 않겠다고 해서 딸의 바람대로 아침을 차리지 않고 나도 같이 아침을 먹지 않게 됐다.
커피 마시려고 뭔가 먹으려니 아침부터 밥 먹기는 싫고 어제 사놓은 빵도 밤에 잠들기 전에 먹고 잠들었는데 또 먹기 싫어서 오랜만에 달걀 프라이를 했다. 간단한데 기숙사에 살면 결코 먹을 수 없는 메뉴에 해당한다.
가넷찡 님의 무쇠 팬에 구운 달걀 프라이 두 개와 빵 사진에 꽂혀서 달걀을 깨면서 프라이팬 그득하게 꼬마 달걀 3개를 깼다. 주말 지나고 또 가면 주중엔 못 먹을 것이라는 묘한 심리 때문에 3개씩이나......
프라이를 하고 나니 바로 생각나는 것이 어젯밤 땡이사랑 님이 올리신 납작 지짐만두가 떠올랐다. 냉동실에서 납작 지짐만두를 꺼냈다. 달걀 프라이 3개를 접시에 담아놓고 만두를 약한 불에 올려놓고 방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 사이 공복에 커피 마시면 안 좋다는 글에 댓글 단 것에 답글이 붙었다. 그것 읽고 아무 생각 없이 달걀 3개 다 먹고 주방에 나가보니 만두가 새까매졌다. 그 큰 만두 세 개를 그냥 버리기 아쉬워서 뒤집어서 노릇하게 익힌 다음에 제일 덜 탄 것 하나를 먹었다.
게시판에서 글 하나 읽고, 커피 생각에 달걀을 부치고, 만두도 굽고...... 내 소소한 일상은 카페 게시판 글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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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0년 동안 꼬박꼬박 먹던 아침밥을 끊게 한 딸의 영향력은 거기에 비하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런 내가 딸 없이 그럭저럭 잘 견디며 산다. 마치 곁에 없었던 것처럼.
그보다 더 큰 지배력을 가진 것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망상이나 집착의 산물이다. 대상이 있지만, 대상의 실체나 반응과는 무관한 나만의 감정에 빠지면 시시때때로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썰물 때처럼 바닥을 보이다가 감정의 밀물 때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에 빠져든다.
나는 그저 애정 결핍일 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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