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월요일에 출근하기 위해서 예정대로였다면 일요일 저녁에 기숙사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월요일에 수업이 3교시에 시작하고, 온라인 수업이니까 전날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가서 밤을 보내기 힘들 것 같아서 월요일 아침에 통영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날은 지각을 할 작정이었다.
이른 아침에 나서지 않고 8시쯤 그 전후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계획했었다. 그대로 실행했다면 어쩌면 큰일 치르게 됐을 수도 있었겠다. 조금 전에 온 긴급 재난 문자에 내가 그날 탈 예정이었던 진주행 시외버스에 거제 48번 확진자가 탔으니 보건소 선별 진료소에 상담받으라는 안내 문자가 떴다.
금요일 오후에 급하게 학교 분위기 봐서 월요일부터 사흘 정도 재택근무를 하면 안 되겠냐고 여쭙고 허가받고 결재받아서 가까스로 일정을 변경했다. 갑자기 진주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집과 학교를 시외버스 환승하며 오가는 것이 신경 쓰여 불편하기도 하고. 어쩐지 월요일에 버스 타고 진주 가서 버스 갈아타고 나가는 게 그날은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뜬금없이 벌인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일이다.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되었다면 여지없이 월요일에 그 버스를 탔을 것이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액운이 비켜가는구나. 고맙다. 역시 일주일 늦은 개학은 '신의 한 수'였나 보다.
나의 이상한 직감과 그에 따른 변덕이 때론 따라야 할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앞으로도 간혹 믿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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