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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생각 정리하기

by 자 작 나 무 2021. 4. 3.

지리산, 섬진강, 구례.......

묘하게 끌리는 곳이었고, 몇 번이나 다녀와도 그리워지는 곳이다. 꼭 전생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희미한 기억과 그 기억에 각색된 서사가 있다.

 

모처럼 생긴 평일 하루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니...... 앞으론 이런 시간이 봄날에 생기긴 어려울 것 같으니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덜 아까울까. 딸에게 함께 여행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따로 약속이 있단다.

 

혼자 어디를 가야 저녁에 덜 서글플까. 이런 서글픈 시간도 익숙해질까.

 

하동에 가서 송림 공원까지 걷고, 오랜만에 그 동네 청국장 집도 가고, 배밭에 배꽃이 피었는지 섬진강 줄기 따라 걷다가 지치면 어디로든 가서 하룻밤 자고 올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해지고 혼자 낯선 곳에서 자야 하는 순간에 어쩐지 서글퍼질 것 같아서 시뮬레이션은 거기서 끝났다.

 

자가격리 중이던 가족과 함께 지내던 누군가가 그 사실을 가볍게 생각하고 바깥 활동을 계속했고, 그 가족은 나중에 확진자가 되어서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간접 접촉한 대상자가 너무 많아서 그 가족 중의 누군가가 확진자였다면 이 지역 사회가 얼마나 흔들렸을지 상상만 해도 꽤 파장이 컸을 것 같다.

 

그 난리를 한 번 치르고 나니까 그러잖아도 직장과 집 외에는 오가지도 않는 내 마음이 더 굳어져서 이젠 거의 집에 감금당한 기분이다. 이번 주말까지는 매주 비가 내려서 그렇다 쳐도 다음 주에는 어디든 다녀와야, 누구든 만나야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스스로 족쇄를 채운다.

 

오늘은 끼니를 잘 챙겨 먹어서 그런지 기침을 하지 않는다. 꼬박꼬박 밥 챙겨 먹는 것에 핑계가 생겨서 더 잘 먹으니까 계속 덩치가 커진다. 매일 출근할 때 입고 나갈 옷이 없어서 고민한다. 살을 좀 빼야 몇 가지 옷이라도 입고 다닐 수 있을 텐데.

 

사람 많은 곳에서 한 번 기침이라도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오그라든다. 빗소리를 좋아하는 딸도 보고 싶고. 혼자 방 안에서 우두커니 지내는 이런 시간이 이젠 꽤 익숙해졌는데도 이런 삶이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든다.

 

어딘가로 공간이동이라도 하고 싶다.

 

*

흰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서 헤나 염색을 한다. 몇 시간은 지나야 씻을 수 있다. 말은 하지 않고 있는데 목은 아프고, 어쩐 일인지 기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잠시 좋았는데 의식하는 순간 기침이 나왔다. 이건 무슨 조화인가.

 

글은 있었던 일을 쓰기도 하고, 생각한 것을 옮기기도 한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들락거렸던 혹은 글을 쓰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도 있다. 나는 왜 이토록 많은 생각을 의미도 없는 것을 옮기고 있을까?

 

대화 상대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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