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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4월 7일

by 자 작 나 무 2021. 4. 7.

4월이다.

잔인한 기억이 생각만으로 심장을 거친 쇠 파편으로 긁는 것 같다. 오후에 그 자리에서 잠시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듣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과 목 부위에 유난히 심한 통증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앉았는데도 자꾸만 떠오른다.

 

숨쉬기 곤란해지고 기침이 터져 나온다. 걷잡을 수 없이 침몰하던 그 순간이 반복해서 그려지고 나도 꽉 막힌 공간에서 오가지 못하고 허둥허둥 꿈인지 생신지 알 수 없는 혼란과 함께 숨쉬기가 더 곤란해진다. 그날 저녁에 낯선 숙소에서도 뉴스를 보면서 호흡곤란을 느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숨 고르기를 몇 번 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등을 치고 가슴을 치고 살기 위해서 울음을 멈춰야 했다.

 

몇 해 지난 뒤에 해군 함정 견학을 갔다가 배 안에서 그대로 질식해서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질려서 와들와들 떨며 낯빛이 퍼렇게 질려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인데도 생각만으로도 반복되는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마침 이번 금요일에 휴업일이어서 팽목항에 갈까 생각했다가 갑자기 가슴에 느껴지는 통증이 너무 극심해서 그 길은 혼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생각을 접었다.

 

이동거리를 감안해서 운전해서 갈 것이 아니면 대중교통으로 먼 길 가는 것은 생각지도 말아야겠다. 어제 하루 괜찮았는데 또 기침을 한다. 오늘은 거짓말처럼 괜찮아져서 이제 나을 때가 되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에 한 시간 넘게 그 시간을 떠올리며 가슴에 실금이 가는 가 했는데 다시 통증과 함께 거짓말처럼 아프다.

 

몇 시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일에 매달리다 보면 괜찮아지기는 하겠지. 

춥고 답답하다.

따뜻한 확 트인 곳으로 가야겠다.

 

4월 6일 점심 시간

여기 앉아서 바다 건너 저 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 처음 인지했다. 그간 눈뜬장님처럼 일에 쫓겨 사느라 바빴다. 함께 갈 친구만 있으면...... 다녀오는 길에 어딘가 들러서 삼겹살 구워 먹으며 못 마시는 소주도 한 잔 마시고 미안한 마음 달래며 눈물 닦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디를 나서도 나서지 않아도 아름답지만 슬픈 4월이 움터서 숨 쉴 때마다 가슴으로 머리로 물결치듯 넘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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