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과 암막 블라인드로 빛을 차단한 방에서 탄수화물을 잔뜩 먹고 커피도 마셨다. 아침 일찍 깨서 피곤하니 잠시 졸다가 일하면 되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의무감이라도 있어서 해야 하는 일과에서 벗어나면 무기력해진다. 먹은 것은 소화도 잘 안 되고 머릿속엔 온통 우중충한 생각으로 채워진다.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월요일 출근하기 전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언젠가 익숙해질까 모르겠다만, 이런 편안함이 왜 더 불편한지. 주중에는 일에 치이고, 주말에는 아무 일도 없이 쌓인 감정에 치어서 이틀이란 시간은 속절없이 사라진다.
혼자 살게 된 뒤로는 점점 게을러지고 자신을 망가지게 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흐트러진다.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살아온 습성이 혼자인 시간을 더 힘들게 한다. 이렇게 혼자 살지 않으려면 내년이라도 딸이 사는 동네로 이사해야 하고. 그 선택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서 쉽지 않다.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봐야겠다. 가끔 딸이 전화할 때 통화하는 것 외엔 말 한마디 나눌 이 없는 이런 삶을 계속 견디다 보면 괜찮아질 날도 올까. 토할 만큼 음식을 먹고 소화제도 먹는 멍청한 짓을 했다. 우물 속에 갇힌 기분이다.
여기서 혼자 기어올라가야 하는 것이 내 인생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일 테니까.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걸음.
난 그냥 외로운 거다. 빈 둥지에 남은 것은 허전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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