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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인터넷 없이는 고립무원

by 자 작 나 무 2021. 4. 20.

어제는 초과 근무도 내지 않고 밤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기한 맞춰야 하는 일은 실수 없이 잘했는데...... 집에 돌아오니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다. 보일러도 문제가 생겼다.

 

인터넷을 유선으로 연결하려면 자는 방을 옮겨야 하니까 어떻든 공유기를 고쳐보려고 애쓰다가 안 돼서 온갖 용을 다 쓰다가 결국 리셋하고 재부팅해서 비번까지 다시 설정하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됐는데 이상하게 연결이 안 되는 거다.

 

피곤한데 뭔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치르려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손 놓고, 보일러 에러 코드에 맞춰서 처치를 여차저차 하고 보니 잘 돌아가다가 온수를 난방으로 바꾸면 점화가 꺼진다. 보일러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점화 밸브를 몇 번 공들여서 닦아봤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오늘은 혼자 늦게까지 남아서 업무를 보고 돌아와서는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한 번 더 해본다고 공유기에 전원을 켜고 노트북 네트워크 상태를 조절했다.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해도 노트북이 와이파이에 접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두 가지 찾아내서 해결했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보일러도 쌩쌩 잘 돌아간다.

어제는 둘이 짜고 나를 골탕 먹이려던 것처럼 버젓이 문제를 만들어서 밤늦게까지 잠 못 자게 하더니 오늘은 손 안 댄 녀석도 그냥 돌아가고, 똑같은 조건에 살짝 한 가지 손 보니까 복불복으로 나를 골탕 먹이기를 포기한 날처럼 와이파이가 열린다.

 

따뜻한 물로 씻고 푹 자야겠다. 오늘은 일을 넘치게 해서 몹시 피곤하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작은 변화와 반응은 기분 좋다. 이만하면 오늘은 참 잘했다. 

 

나와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 인터넷. 너 없이 나는 완전 고립무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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