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이 반을 차지한 넓은 방은 예전에 공부방으로 썼다. 지금은 그 방에 있던 데스크탑 컴퓨터도 망가졌고 혼자 방 여러 개 쓸 일이 없어서 거의 창고처럼 쓰던 참에 마침 와이파이가 안 돼서 인터넷 회선을 유선으로 쓸 수 있는 공부방으로 오늘 노트북을 옮겨놓고 쓰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청소를 좀 해야겠기에 청소기를 밀다가 어차피 쓰지도 않는 비싸기만 하고 일찍 고장 난 공유기 전원을 껐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유기 전원이 꺼지지 않는 거다. 다시 보니까 언젠가 이 공유기와 인터넷 선을 데스크탑과 함께 딸내미가 쓰던 방으로 옮기겠다고 회선을 다 뽑아서 옮기려고 했다가 선이 거실을 거쳐서 저쪽 방으로 옮기기엔 짧아서 원상 복구했다.
그 과정에서 공유기와 인터넷 회선을 바로 받는 KT 인터넷 기계의 어댑터를 바꿔서 설치한 모양이다. 비싸기만 해서 나를 실망하게 한 공유기는 내가 설치하면서 어댑터를 바꾼 바람에 왔다 갔다 하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거였다.
오늘 낮에 공유기를 새로 샀다. 집에 오는 길에 바로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너무 빨라서 놀랐다. 몇 시간 전에 주문했는데 이럴 수가~ 배송 취소를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골랐던 저 공유기는 비싼 값을 하는 거였다. 미안해 공유기~ 너한테 화 나서 너랑 같은 회사에서 나온 더 싼 제품을 샀단 말이야. 근데 왕복 배송비를 물고 돌려보낼까. 이미 산 거니까 기숙사에서 와이파이 빵빵하게 쓸 수 있게 딸에게 줘서 보낼까? 음......
너무 소모품처럼 쉽게 망가진 공유기에 대한 불만이 나의 실수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 청소하려던 건 인제 그만? 아니지. 이참에 이 방 청소도 깨끗이 해볼까. 이러려고 내가 실수한 것으로 생각하고 청소 좀 하고 살자. ㅎㅎㅎ
보일러는 에러 코드가 반복해서 뜨고 아무리 조치를 해도 반복해서 꺼지는 것으로 봐서 점화 코드를 새것으로 바꿔야 할 모양이다. 주말에 낮에 집에 있을 때나 금요일 퇴근 시간에 맞춰서 서비스 신청해야겠다.
남자 친구만 있었어도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 여기에 주절주절 쓰지도 않을 텐데...... 말할 대상이 없다. 특히 내 이야기 아무거나 해도 좀 들어주고 내 편도 돼주고, 보일러 고장 나면 그 핑계로 집에 놀러 오라고 말해줄 착하고 친절한 남자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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