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봄은 금세 초록이 짙어진다. 이런 봄도 있다. 한 해는 딸이 고3이어서 꼼짝을 못 했고, 그다음 해는 딸이 재수생이어서 꼼짝을 못 했고, 그다음 해 봄엔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봄은 마스크와 함께...... 꼼짝없이 갇혔다.
얼마나 더 참고 견디면 괜찮아질까? 작년에도 그러다 결국 어느 시점에 도무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때에 종종 혼자 섬 여행을 다녔다. 작년 봄엔 일이 없어서 섬에 세 번쯤 다녀왔다.
올봄에는 멀리 가지는 못해도 가까운 섬은 두어 곳 다녀볼까 싶다. 욕지도, 소매물도, 연화도...... 보석 같은 섬이 가장 가까운 항구만 찾으면 찾아갈 수 있으니 내가 누릴 복은 이런 것이다.
통영에 여태 살면서 이 계단은 처음 올라봤다.
통제영 방향으로 오르는 서피랑길은 가봤어도 계단은 피하고 싶어서 가지 않던 곳인데 오늘 동료들 뒤를 따르다 보니 99계단을 밟게 됐다.
계단 입구 골목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 들고 열심히 계단을 밟는다.
이쪽 언덕에서 통영 시내를 내려다본 것은 역시 처음이다.
저 언덕에 보이는 북포루에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잠시 커피 한 잔 마시고 곧장 내려왔다. 그늘이라곤 누각 아래뿐이다.
계단 한 칸이 넓어서 걷기엔 편하지 않다.
모처럼 잠시 이른 점심을 먹고 왕복 30분 남짓 바쁜 걸음으로 바람 한 번 쐰 것이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데 나는 왜 나를 이토록 가두고 사는가.
이팝나무 꽃이 만발했다. 평일 낮에 함양 상림숲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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