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인공 찬실이가 이사한 산 동네 집주인, 배우 윤여정이 한글을 겨우 배워서 쓴 글귀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난 세월이나 인연이 마치 꿈속에서나 만났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각각 서른셋에 인생을 일찍 마감한 절친 두 사람에 대한 기억조차 가끔 그렇게 떠오른다.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 지나서인지 어릴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였는데도 세상에 정말 존재했던 것인지 느낌이 아득하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잠시 멈칫했다가 흘려보낸다.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이미 떠나보내고 흘려보낸 인연이니까. 혹여 다시 태어나기라도 했다면, 어디서든 잘살고 있길 바란다. 그토록 애타게 그립고 다시 한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때도 있었는데 사람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과 함께 희미해지고 아예 흔적이 사라지기도 한다.
유체 이탈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면 어딘가에서 그 사람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집착을 놓지 못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끄는 끈끈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면 나도 그때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꽃처럼 다시 돌아왔으면 좋을 사람은 내 주변엔 없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어떤 이들은 꽃처럼 내년 봄에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창가에 노란 리본 묶어놓고 기다리면 내년 봄에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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