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야 할 일을 얼추 다 했고, 휴대전화는 어느새 수면 중 방해금지 상태로 바뀌었다. 오늘은 수명이 다한 거다. 그런데 어쩐지 허전해서 시집 한 권을 급히 찾았다. 찾는 시가 있었는데 찾다가 잊었다.
그 시를 한 번 베껴 쓰고 나면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그런데 책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옛날 엠파스 블로그 친구가 블로그에 썼던 글을 2006년에 엮어서 보내줬다. 100권뿐인 이야기 모음집. 그 시절엔 그 블로거는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블로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리던 사람인데 정말 그 책을 받은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 블로거가 스위스에 공부하러 가서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나도 스위스에 가고 싶었다.
오늘 책 표지에서 그 블로그 친구의 이름을 읽었다. 이름도 모르고 내내 닉네임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은 참 편리한 것인 모양이다. 제멋대로 희미해지고 사라지고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오늘 내 삶의 자리가 '안락하다'는 것은 지구 어딘가에 '눈물짓는 이'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저는 그날부터 '지구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씐 그 책 뒷장의 글을 세계시민 교육 시간에 읊어야겠다.
그는 어디선가 거룩한 지구인이 되어 잘살고 있겠지. 엠파스 블로그 시절의 블로그 친구 중엔 대단한 사람이 많다.
부지런하고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는 하급의 외계인인 것 같다.
외계인, 이제 그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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