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일과 끝난 뒤에 여러 해 손 놓고 풀어본 적 없는 수학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수학은 손 놨다는 학생이 한 시간 만에 지수 연산 문제를 척척 풀어냈고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라며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비결이다. 평소엔 집에 돌아와서 거의 드러눕는 시각에 일을 벌여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정한 분량만큼의 수학 공부를 함께 했다.
걸어가도 좋을 거리인데 저녁도 못 먹고 지쳐서 걷기 싫어서 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 곳에 들어서니 띄엄띄엄 아주 가끔 오는 우리 동네 가는 버스가 온다. 망설이다가 걸을까 했던 생각이 쏙 들어갔다. 버스에 올라탄 뒤에 교통 카드를 찾았다. 카드를 찍고 빈자리에 앉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이렇게 밥벌이가 피곤한 일인 줄 아는 내가 나중에 딸이 벌어다 주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힘들어서, 능력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혹은 몸이 너무 아파서 다시 일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날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텐데.......
생각을 다 하기도 전에 쏟아진 눈물이, 감정이 잦아들지 않아서 그냥 엉엉 울었다. 버스 안에서 내내 줄줄 쏟아지는 눈물 콧물에 앞이 흐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지나왔는지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나 앞으로 어찌 살까.......... 오늘 열심히 잘 살았는데........ 그냥 살아야 하는데 생각이 무겁고 아프다. 서럽다.
눈물을 닦고 멍하니 앉아서 생각의 스위치를 끈다.
*
꿋꿋하게 뻔뻔하게 잘 살아야지.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11일 (0) | 2021.06.11 |
---|---|
6월 8일 (0) | 2021.06.08 |
문득....... (0) | 2021.06.06 |
내 입맛대로 내 생각대로 (0) | 2021.06.06 |
시차 적응 (0) | 2021.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