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받았어야 할 국가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유예했다. 올해 6월까지 연장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딸이랑 함께 하루 나섰다.
딸은 아침만 굶고, 나는 저녁, 아침까지 걸렀다. 그 바람에 검진 끝나고 점심 먹고 나서 단 것이 먹고 싶어서 카페에 가서 빙수도 주문했다.
팥 들어간 빙수를 좋아하지 않는 딸이 화장실에 가서 오지 않는다.
녹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내가 반쯤 먹고 나서야 딸이 한 숟갈 먹고는 결국 내가 다 먹었다. 여긴 우유빙수에 팥만 가득 올려줘서 깔끔한 맛에 나름 유명한 빙수집이란다.
산청에서 알게 된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카페에 이렇게 다녀간다. 그 선생님 댁에서 운영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도 한 번 가보고 싶다.
마침 강바람이 선선하고 시원해서 걷기 좋았다.
걷기 싫어하는 딸을 구슬려서 터미널까지 꽤 먼 길을 걸어갔다.
날이 흐려서 더 좋았던 날
갑자기 얼굴에 심하게 올라온 발진 때문에 피부과에도 들렀다가 집에 그대로 들어가기 아쉬워서 광바우 길로 딸을 유인했다. 계곡이거나, 강, 혹은 바다를 따라 물소리 들으며 걸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강 따라 좀 걸었으니 이번엔 한적한 바닷길도 같이 걸어보고 싶었는데 그날은 한꺼번에 많이 걷기엔 무리였다.
새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를 구경하면서 어젯밤 저녁 굶은 딸이 건강검진 끝나면 꼭 먹고 싶다던 메뉴를 함께 먹기로 했다.
라인 도이치 브루어리에서
샐러드와 매콤 게살 파스타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 8시에 나가서 내가 시내버스 환승하면서 딴지 거는 바람에 시외버스 한 대 놓쳐서 거의 한 시간 날리고, 밥 몇 끼 굶어서 더 현실감각 잃은 나를 군소리 없이 쫓아다녀준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것으로 일종의 보상을 했다.
만족도가 높아지니 또 같이 걸어준다. 집까지 그냥 걷기엔 부담스러웠을 거리인데 또 걸었다.
뭐든지 네 기준대로만 고집하지 말아라고 지난 달에 한바탕 내 감정 섞인 말을 한 뒤에 딸과 의견 조율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무조건 내가 제 의견에 따르고 져주기만 했다. 이번엔 먹고 나서 좀 걷자는 말이 씨도 먹히지 않았을 피곤한 하루였는데도 기꺼이 함께 걸어줬다.
집에 돌아와서 초저녁에 씻지도 못하고 딸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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