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다. 평소엔 밀쳐두고 그냥 잤을, 일을 할 의욕도 생긴다.
아침 일찍 병원 여러 곳 도느라 나 따라다니던 딸이 나보다 먼저 곯아떨어졌다.
검사받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해서 여태 그 검사는 단 한 번밖에 받지 않았다. 이번이 내 평생에 겨우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젖 먹일 용도로 몸에 생긴 이 부위를 그나마 나는 용도에 맞게 잘 활용한 편이다. 딸 하나 낳아서 어미젖만 먹겠다던 아이 고집을 꺾지 못해서 딸이 세 살 되던 해 봄까지 수유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잔병치레 없이 잘 컸다.
유방암으로 수술한 친구도 있고 최근에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도 봤다. 너무 오래 검사 안 하고 건강에 대해 자신하다가 혹시나 일 생기면 곤란하니 신경 쓰여서 크게 맘먹고 검사받았다.
오늘 끔찍하도록 누르고 짜부라뜨려서 기계에 꽉 눌러 네 번 촬영하는 동안 다신 이 검사를 받지 말아야겠다고 또 다짐했다. 검사만 받는 데도 왜 이렇게 아픈지........
내시경을 입을 통해 목을 통과해 밀어넣으면서 의외로 많은 상처를 남긴다. 10대 20대에 부모님 따라 내과에 가서 그 끔찍한 내시경 검사를 몇 번이나 받았다. 그 다음에 아프지 않던 곳까지 아파서 검사받는 게 오히려 내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후로 다시는 위내시경을 받지 않기로 했다.
건강 검진 외에 병원 두 곳을 더 다녔는데 한 곳에서는 걱정과 달리 별문제 없다. 결과가 좀 기다려야 나오는 것은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간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던 부분이 많았던 거다. 딸이 오늘 곁에 있어서 다 괜찮았다. 함께 있어 준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나는 마냥 행복하고 좋았다. 나에겐 이런 게 사랑이다.
나와 함께 해주는 것,
그처럼 감사한 일이 있겠나.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20일 (0) | 2021.06.20 |
---|---|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0) | 2021.06.19 |
6월 16일 건강검진 (0) | 2021.06.16 |
프리페민 (0) | 2021.06.15 |
6월 14일 (0) | 2021.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