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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21>

천암산에서 본 풍경

by 자 작 나 무 2021. 10. 14.

10월 13일

시험 기간이어서 오후에 조퇴 내고 천암산에 다녀왔다. 

꽤 퍽퍽한 오르막을 한참 지났다. 동료가 건네준 등산 스틱 하나를 의지해서 올랐다. 고작 작대기 하나도 이렇게 의지가 되는데, 한 시간 가량 걷는 산길이 아니라 앞으로 50년 넘게 살아남아야 할 인생에 함께 걷는 사람 하나 있다면 얼마나 큰 의지가 될까.

 

등산 스틱 하나 건네받아서 몇 번 콕콕 짚으며 걷던 길에서 힘든 코스를 지나며 그런 생각을 했다. 꼭 결혼하지 않아도 누군가 지속해서 말을 주고받고 의논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복이라고. 두 사람은 나를 의식해서인지 남편이 별 것 아니라고 말해준다.

 

통영에 살면서 이 방향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내려다본 것은 처음이다.

 

사진 정리를 하면서 그 순간 느꼈던 희열감을 다시 느낀다. 설레던 그 순간의 반짝임. 

 

동네 뒷산에서 보는 풍경이 이 정도다. 통영은 이런 곳이다. 사람을 만날 수 없어서 외로워 죽을 것 같다가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에 홀려서 자신을 다독인다. 더 견뎌보라고.......

 

햇빛 받아 반짝이는 바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숨을 멈추고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봄에 한 번 같이 나선 산행길에서 천암산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 가면 정말 좋다는 말을 듣고도 혼자서는 찾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로는 가기 어려운 지점에 산에 오르는 입구가 있다.

 

혼자 나서기엔 산길은 두려운 곳이 되었다. 사람도 가을에 간혹 만나게 되는 야생 동물도 혼자 가면 더 무섭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나면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좁은 세상에 갇혀서 늘 보던 것만 보고 늘 하던 생각만 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누군가와 함께, 잠시 함께여도 그 순간이라도 충분히 함께인 순간을 즐기고 행복하면 된다. 내 복은 오래도록 혼자여서 나와 함께 해주는 누군가 있다면 그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거다. 나는 그걸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서 이렇게 오래 외로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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