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점심 먹고 출발해서 호텔 체크인하고 동남 횟집 다녀온 뒤에야 대왕암 공원에 갔다. 집순이여서 집에 있는 게 좋다고 외치는 딸내미 데리고 밖에 한 번 나가기 쉽지 않다. 온갖 비위 다 맞춰주며 다니는 것이 그래도 혼자 다니는 서러움을 견디는 것보다 낫다.
올해 이곳에 세 번째 온 거다. 봄에 처음 본 대왕암 공원 앞바다는 옥빛이었다. 그 물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더 서러웠다.
평일이어서 한산한 곳이 참 좋았다. 다만 너무 늦게 도착해서 5시 반까지 입장하게 해주는 출렁다리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 근처 솔밭 산책하고 대왕암이 보이는 곳까지 걸었다.
습하다고 불만 + 불만 , 길이 왜 이렇게 걷기 불편하게 경사졌냐고 불만 + 불만
그러게 누가 크록스 신고 여길 걸으려고 했냐고. 운동화 신으라고 그렇게 말해도 듣지 않더니......
이런 잔소리 같은 말은 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내뱉으면 상황이 악화된다. 한마디 불편한 소리 하면 피곤한 내 몸도 감당하지 못해서 걸을 자신없다.
눈치 보며 사진 찍으려니 더 막 찍게 된다. 혼자 와서 찍은 사진만 못한 것 천지다. 딸과 함께 있으면 나는 늘 '을'이다.
이 바위 그늘에 마르고 아파보이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자리 잡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대왕암 입구에서 본 고양이만 해도 예닐곱 마리, 이 공원에 오는 사람들 손에 뭔가 얻어먹고사는 모양이다.
바닷가에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다. 그리고 대왕암 근처엔 고양이 형상의 자리도 있다. 전에 혼자 왔을 땐 못 봤는데...... 거기서 열심히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던 20대 아가씨들을 보고는 딸도 바위에 앉은 고양이 사진을 한참 찍었다.
설악산 권금성이 멋있더라고 가끔 이야기 하기에 여길 데리고 가면 마냥 좋아할 줄 알았다. 오후 늦게 이동하고 피곤하니 감흥이 조금 덜했겠지만, 나중에 언젠가 그곳이 생각나서 함께 가자고 청해주길 바란다.
강원도 느낌 나는 코스를 지나서 제주도 올레길 느낌 나는 코스를 마저 걷고 싶은데 딸의 표정이 영 이상하다. 그래서 야영장 둘러서 곧장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슬도는 차 타고 대왕암 공원 입구와 반대편에 가서 들어갔다.
바닷바람이 시웠했다. 벤치에 앉아서 바다 보고 조금 쉬고 싶었는데 바람이 차서 춥단다. 이 여름에.....
혼자 왔을 때 느낀 감정에 부족했던 부분은 딸과 함께 걸으며 온전하게 채우고 그 기억을 덮을까 했는데 여름에 걷기엔 바닷길은 그늘이라곤 없다. 덥고 습한데 걷자고 하는 내가 잘못했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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