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의 감기는 오늘도 여전히.....
며칠 동안 저녁까지 너무 많이 먹어서 부담스러워서 오늘 하루쯤은 저녁을 건너뛰려고 했는데 짬뽕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감기 기운에 매운 게 당기신다니......
콩나물국밥으로 메뉴를 슬쩍 바꿨다가 아픈 사람이 먹고 싶다는 것을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결국 짬뽕집에 가게 됐다.
근데 퇴근하고 곧장 저녁 먹으러 가기엔 이른 시각이어서 대방진굴항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 쐬고 잠시 쉬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밖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지...... 에어컨 바람과 다른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며칠은 무더웠다.
짬뽕 먹고 실안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창 너머로 해지는 것을 봤다. 에어컨 없는 관사로 돌아가서 누우라고 하기엔 날은 덥고 내가 사는 원룸은 초대하기엔 아픈 사람에겐 불편할 곳이다.
내가 그 관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원룸에서 비싼 월세를 물어야 하는 게 처음엔 조금 섭섭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낯선 사람과 관사에서 함께 사는 것도 어쩌면 불편할 일이고, 게다가 이런 무더위에 냉방기 없이 선풍기로 긴 여름밤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일찍 방 구하고 방 구하러 갔다가 넘어져서 다치는 바람에 그날 참석 못한 모임에서 관사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히려 덕분에 나는 큰 불편함 없이 사니까 잘 된 일이다. 앞에 닥친 것만으로 가름할 수 없는 일도 많다. 때론 사람도 일도 오래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