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과일이나 채소를 좀 살까 하고 마트에 갔더니 문이 열리지 않았다. 30분은 기다려야 해서 잠시 근처에 있는 남일대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내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이곳 해수욕장 무대에서 2인조 댄스 그룹이었던 '터보'의 김종국과 김국진 씨 형이 녹음된 노래에 맞춰서 춤추는 것을 봤다.
나에게 남일대 해수욕장은 단편적인 그 기억뿐이었다. 내비게이션으로 계산하면 멀지 않은데 차를 사기 전엔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던 곳이다. 이 동네는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 꽤 많다.
길이 부서져서 더 갈 수 없게 막아놨다. 저 너머를 돌아서야 코끼리 바위가 보일 텐데......
노르망디 해변의 에트르타처럼 물 먹는 코끼리 같은 바위가 보이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볼 수 없었다.
혹시나 하고 한참 가파른 계단을 지나 언덕에 올라가서 뒤편으로 돌아가 볼까 했지만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 없었다. 군부대 앞에서 길이 끊어졌다. 그 언덕엔 하얗게 앙증맞은 깨꽃이 피고, 고구마 잎이 싱싱하게 자라서 밭을 덮었다.
아주 오래 전, 어쩌면 스물다섯 살에 잠시 이곳에 다녀갔던 그때나 있었을 법한 건물이 폐허로 남은 자리, 나뭇줄기가 총총 감싸고 그 형태를 지탱하고 있는 듯한 광경이 이 동네가 얼마나 쇄락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작은 바다 전망대와 다이빙대를 보면서 송도 해수욕장을 떠올렸다. 이 작은 해수욕장 위로는 집라인을 타고 지나가고, 송도 해수욕장 바다 위로는 바닥이 보이는 케이블카가 다닌다. 송도 해수욕장도 참 아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곳에 비하면 앙증맞은 크기의 작은 동네 해수욕장이다.
물소리 듣는 게 좋다.
계곡물소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시원하게 바위를 쓸고 가는 파도 소리
숙제를 미처 다하지 못한 불량 어른이
내일부터 출근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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