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폭발한다.
이 촌구석에 이비인후과가 딱 한 곳뿐이다. 건강검진받으러 갔던 병원에 갔더니 이비인후과만 없다. 길 건너에 이비인후과가 있어서 그쪽으로 이동. 병원엔 주차장 없어서 멀리 주차하고 걸어갔다 오는데 온몸이 불타는 기분이다.
접수하고 대기실에 내 앞에 온 환자 한 명도 없는데 그냥 이유도 모르고 30분가량 기다렸다. 진료실에 의사가 있는데 혼자 뭘 하셨는지 모르겠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 보니 주식 거래라도 하신 모양이다. 귀도 헐었다고 했는데 혓바닥에 소독약 같은 거 두어 번 칙칙 뿌리고 바로 약 처방한다. 아파 죽겠다고 했는데 내일도 주사 맞으러 나오래서 못 나오겠으니 약을 사흘 치 달라고 요구했다.
처방전을 건네주는 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 약이라고 하신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손도 까딱 안 하기로 했다. 약국에서 약 받고, 식후 30분이 걸려서 뭐든 먹을 것을 사서 가려고 했는데 기운 달리고 의지가 부족해서 거기까진 할 수 없었다.
딸내미 오라고 불러놓고 곰곰 생각해보니 볕이 너무 뜨겁다. 약 먹고 널부러져 있을 테니 이러고도 안 되면 부르겠으니 그냥 대기하라고 일렀다. 그래도 이럴 때 부를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그래도 내 몸 좀 아프다고 오라 가라 하기가 미안해서 오지 말라고 했다.
도대체 내 몸엔 무엇이 들어와서 이토록 치열하게 싸우는 걸까......
생전처음 의사를 보고 떠오르는 말이 '어리바리'였다. 우리 동네에 장사 및 진료 잘하는 이비인후과 의사와 차이점이 확확 느껴졌다. 다시는 어리바리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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