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몸이 이상하게 계속 아파서 결국 딸을 불렀다.
딸이 와서 작은 거실에 쌓인 재활용 쓰레기를 치워준다. 부른 보람이 있네.
아래층 정수기 물도 가득 떠다 주고, 어제 검사하니 음성이었다고 괜찮을 거라는 나를 설득해서 자가진단 한 번 더 하게 했다. 아..... 두 줄 뜨는구나. 이러니 이렇게 죽는단 소리 나올 만큼 아픈 거네.
내일 아침에 거점 병원에 가서 확진이 확인되면 약 처방받고 일주일 격리하고, 그 사이에 집에서 조용히 콕 틀어박혀서 진짜 쉴 수 있겠다.
확진된 분과 그 좁은 화장실에서 양치할 때 기분이 이상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
그렇게 꼼짝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몸이 딸이 온다니 어떻게 움직여졌다. 이렇게 더럽게 해 놓은 꼴을 본 적이 있겠지만 또 보이기 싫어서 같이 잘 잠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외박할 준비를 하고 온 딸이 그냥 돌아갔다. 그래도 사람이 왔다간 것이 크다. 딸을 만나고 나니 그렇게 아파서 죽을 것 같은 통증을 견디는 게 한결 편해졌다. 보건소에 전화하고 근처 병원에 전화해서 나 대신 이것저것 물어보고 확인해준다.
그 정도만 해줘도 뭔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진다.
완행버스를 타고 온 딸이 그랬다.
차 사기 전에 몇 달동안 내가 그 완행버스를 타고 딸 만나러 잠시 잠시 다녀간 것이 얼마나 큰일이었는지 느꼈다고.
"네 얼굴 잠시 한 번 보겠다고 그렇게 불편한 걸 견디며 사흘이 멀다 하고 그렇게 쫓아다녔지......"
뒤늦게 그 수고로움 너머에 있던 내 마음을, 저에 대한 애정을 조금 느꼈다는 표현이다. 배달음식 먹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약 먹으려면 뭐든 먹어야 한다고 배달시켜먹으라고 한마디 해줘서 시키는 대로 잘한다. 누가 말 한마디 거들어주는 것으로도 삶이 조금 가벼워진다.
참 희한하게 화가 치밀던 이상한 느낌이 거짓말처럼 다 사라졌다. 글로 뱉어버린 까닭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딸을 잠시 본 것으로도 어느 정도 뭔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며칠 아프고 나면 괜찮아진다하니 이참에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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