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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8월 6일

by 자 작 나 무 2022. 8. 6.

전전반측하다가 아침에 뒤늦게 잠시 든 잠을 깨고 병원에 가서 예정대로 검사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처방전 받아서 약 받고 집에 오면서 먹을 것 좀 사들고 와서 드러누웠다.

 

약을 먹어도 통증은 상당하다. 약효가 조금 떨어지면 목 안이 칼로 찢는 듯하고 기침과 미열에 오락가락하니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조금 나아지면 재택근무로 일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태로 보아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사흘은 대체로 심하게 아프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이대로 지켜보기로 한다.

 

밖에서 들어온 음식은 간이 너무 세다. 입맛이 더 예민해져서 싫어하는 맛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고구마 찌는 솥에 달걀 몇 개 넣어서 같이 찌고, 구워 먹을 새송이 버섯 한 통, 파인애플, 아삭 복숭아 몇 알, 요구르트와 냉동 블루베리. 식량은 이 정도 준비해놨다.

 

음식을 삼키는데 목이 아파서 먹으면서도 고통스럽다. 약 먹기 위해서 뭐든 먹어야 하니까 먹기는 했는데 한동안은 음식을 조심해서 가려먹어야겠다. 백신을 맞아서 이 정도만 앓는 거라고 믿고 싶다. 더 아프면 입원하고 싶을 것 같다.

 

지난 학기말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해야 할 때는 급성장염으로 사흘을 날려서 수습하느라고 혼이 빠질 지경이었는데 이번엔 더한 것이 왔다. 도대체 어떤 것이 일을 그르치게 하는 데 나설까 궁금했는데 종류는 알 수 없었어도 예상한 이상한 일은 꼭 생기는구나 싶다.

 

오늘 밤부터 더 많이 아플지도 모르니까 앉아서 뭐든 기록할 수 있을 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라도 옮겨놓는다. 그래도 아프기만 하면 되니까 다행이다. 

 

어린아이를 돌봐야 하고, 먹을 것도 없이 생계 때문에 삶이 위태로울 때 내 몸을 어찌할 수 없을 지경으로 아팠던 때는 기적처럼 솟아날 구멍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동아줄이라도 하나 내려오면 잡고 싶었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그 깊은 우물 속에 갇혀 있을 때도 있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아플 여유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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