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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아파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다

by 자 작 나 무 2022. 8. 7.

아플 땐 쉬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통증에 시달리는 과정일 뿐. 아파서 쉰다는 건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일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편하게 쉬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모든 것이 밥벌이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에 관련된 초점에서 보면 몸에 불협화음이 생겨서 그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일을 중단하는 것이 큰 죄라도 지은 것으로 치부한다.

 

내가 그 톱니바퀴에서 잠시 빠져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나 하나의 부재로 무너져 내리진 않는다. 문제야 있을 수 있겠으나 너무 많은 책임을 강요하여 마땅히 병을 앓아야 할 때 앓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조직 내의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까 봐 거의 쉬지 못한다. 아파도 약 먹고 버티고 깡으로 버티고, 의무감으로 버티고. 뭐든 버티는 쪽으로 선택한다. 그게 과연 서로를 위하는 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어느날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세상은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갈 텐데, 맡은 역할을 강요받는 것이 자기 인생에서 건강이 무너지면 겪게 될 문제와 비교해서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몇 해 전에는 아프다고 병원 가겠다는 말을 못 해서 진통제를 수도 없이 먹으며 화장실에서 통증을 참느라고 울었다. 그러다 결국 응급 수술을 하게 되어서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일부 탈출하게 됐다.

 

지금은 그 상황과는 다르지만 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산다. 

 

얼마나 상태가 좋아질지 전혀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택근무라는 단어부터 나온다. 괜찮아지면 어련히 알아서 할까. 이게 어떻게 쉬는 건가. 시시때때로 밀려드는 통증에 최대한 덜 시달리려고 기를 쓰다가 조금 덜하기를 반복할 뿐인데. 

 

할말은 많지만 다 쓰지는 않는다. 늘 그렇듯이......

 

 

*

몸이 힘드니까 손안에 쥔 모래처럼 의욕이 스르르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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