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때 편도선 수술을 받기 전엔 자주 편도선염을 심하게 앓았다.
어릴 때 병원에서 받아온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목은 부어오르고, 침 한 방울 삼킬 수 없는 상태로 전신을 강타하던 통증과 고열에 시달리며 눈물도 흘릴 기운이 없어서 눈으로 코로 입으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액체들이 내 인생을 어디로 끌고 갈지 알 수 없이 암담한 시간이 잦았다.
왜 그런 통증을 수없이 반복해서 겪으며 한 해를 보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걸 멈출 수 있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그때 정신이 희미하게 나갈 것 같은 아득한 상태로 온몸이 열로 들끓는 내 몸에 물수건을 올려주시던 어머니의 손길. 누군가 나를 붙들고 있다는 희망에 눈을 감았다.
잦은 급성 편도선염을 반복해서 앓아서 내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여러모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 많았다. 여러 가지 각도도 한 가지 일에 대한 기억이 섞여서 감정이 복잡해진다.
누군가 찬물 적신 수건을 내 얼굴에 덮어주었을 때, 열이 내릴 때까지 지켜주었을 때의 안도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등짝이 축축해지도록 누운 자리에서 왜 떠오르는 것인지.......
약을 먹는 게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프니까 안 먹을 수가 없다. 그거라도 먹지 않으면 더 아플까 봐. 거짓말처럼 다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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