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에 밖에서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했다. 일주일에 세 번 출장 가는 그곳에서 내 등 뒷자리에 앉아서 어쩌다 한 번 점심 같이 먹은 뒤로 계속 나에게 붙들려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점심 같이 먹고 난 뒤에 운동장 돌면서 내 잡담을 들어준 20대 동료와 직장이 아닌 곳에서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이른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이 달로 계약이 끝나는 그는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고, 나는 출장 가서 일주일에 세 번이나 혼자 밥 먹게 되겠지. 어차피 내가 소속된 곳에서 두 번 먹는 점심도 다를 바 없다.
같이 점심 먹고 차 한 잔 하고 들어가려고 근처 카페에 앉았다. 연밭이 내려다보이는 2층 테라스에 앉아서 꽤 시원해진 바람을 즐겼다.
다솔사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동행하겠다고 해서 함께 갔다. 혼자 오다가 누군가 함께 오니까 어쩐지 기분이 날씨만큼 화사해졌다.
아직은 곱게 핀 배롱나무 꽃이며 한낮에도 천천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뜨거운 볕까지 아름다웠다.
이곳이 왜 적멸보궁인지 알려주고
처음 해본다는 탑돌이를 함께 했다. 나에겐 기도를 할 만큼 간절한 것은 아직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지속적인 염원을 쏟아서 누군가의 힘이라도 빌어서 이루고 싶은 간절한 것은 없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기원했다.
우리가 함께 걸은 이 길이 젊은 동료의 어느 날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길이 되어 이어질 것을 안다.
이 자리에 앉아서 열어놓은 창밖으로 오가는 바람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환영을 불러 앉혀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스치는 바람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다정하게 손 꼭 잡고 걷는 모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고는 멋쩍어서 길이 예뻐서 찍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동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지 저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산 아래 카페로 내려가는 길에 나를 보고 예쁘게 허리 숙여서 인사하던 갓 돌 지난 어린아이를 보고 행복했던 기분보다 저들의 뒷모습에 더 가슴이 뛰었노라고 그제야 내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그 감정을 기억하기 위해 급히 사진을 찍었노라고.
누군가의 단정한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순간이 있고, 감정이 정화되는 느낌에 평온해지기도 한다.
둘은 참 많이 닮아 보인다. 저렇게 뒷모습마저 닮은 가족이라니......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게 남다르다. 돌계단을 오를 때도 저렇게 손 꼭 잡고 나란히 걸음을 옮기더라. 엄마는 아들 챙기고, 아들은 엄마 챙기는 마음이 담긴 모습이 뒤에서도 느껴졌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어쩌면 이렇게 애틋하고 아름답게 보일까.
내게서 일방적으로 흐르는 내리 사랑 정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가족간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모습에 눈길이 절로 간다.
나도 사랑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