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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8월 마지막 주

by 자 작 나 무 2022. 8. 31.

8월 29일

이런 내용을 스며들게 가르치기 위해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피해야 한다. 쓸모없는 이론처럼 느껴지면 의미 없다. 그래서 나름 애쓴다. 한쪽 극단이 강한 곳의 흐름을 중화하려면 중간 값을 내놓기보다는 반대편의 것을 들고 와야 적절하게 중화된다.

 

 

8월 30일

지난 주말 김해 코스트코에서 업어온 고흐 그림이 그려진 컵. 이곳에선 혼자 커피 마시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일한다. 그래서 커피 잔이라도 좀 예쁜 거, 마음에 드는 것 쓰고 싶어서 새 컵을 샀다.

 

 

이왕 시작한 거 사기 셀카도 한 장 찍었다. ㅋㅋ

*

상하악의 교합이 맞지 않아서 점점 아래턱이 자라고 얼굴이 비뚤어진다. 사진 찍을 때는 자꾸만 비뚤어지는 턱을 맞춰서 순간 포착으로 찍으니 사진으론 알 수 없다. 거울 보고 바로 잡지 않으면 제멋대로 얼굴이 돌아간다.

 

양악 수술 같은 위험한 수술을 받을 수는 없고, 어금니로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서 위장 장애도 생기고 얼굴뼈가 턱 때문에 계속 모양이 변해서 인상이 이상해져서 신경 쓰인다. 이렇게 심한 부정교합은 수술 외엔 방법이 없으니 평생 이 문제를 안고 사는 수밖에 없겠다. 조금만 덜 위험한 수술이라면  했을 거다.

 

얼굴이 더 변하기 전에 가끔 사기 셀카라도 찍어서 남겨야겠다. 턱뼈가 변하니 얼굴이 계속 변한다.

 

 

8월 31일

오늘은 오전과 오후 출근이 각각 다른 곳. 빡빡하고 피곤한 날. 이유도 없이 기분이 막 이상해진다. 마침 아는 분이 쑥뜸 하러 가신다고 내게 같이 가자는 말을 건네줘서 거기 다녀왔다.

 

여기도 만만찮은데 나에게 말 걸어주는 이 분 덕분에 가끔 사람 같아진다. 정말 내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방향으로 향하게 해주는 말 한마디씩 건네주는 이 분이 정녕 나에겐 귀인이다.

 

앞뒤로 한 판씩 뜨면 두 시간 걸리고 다 끝나면 온통 담배 냄새 같은 쑥 냄새가 나고, 피부가 벌겋게 부분 부분 익는다. 그런데 어쩐지 기분은 조금 나아진다. 30대도 관리하는데 나는 이런 것을 처음 해본다. 자식 없고, 남편과 맞벌이하여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하고, 주말이면 골프도 함께 즐기고 그렇게 사는 모양이다. 아무렴 그렇게 살아야지.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남의 삶을 고깝게 봐선 안 된다. 

 

나는 누굴 만나서 뭘 하며 남은 인생을 보낼까. 남편이랑 저녁 먹는다고 나를 버리고 가신 귀인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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