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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딸이 자는 동안

by 자 작 나 무 2022. 9. 9.

평소와 같은 시각에 깨어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바람에 넷플릭스로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남을 시작하고 연애를 시작하는지 궁금하다. 그 프로그램이라는 밥상이 차려져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미래를 담보한 만남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남과 같을 수 없으니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리된 것은 있다. 여태 그리 많지 않은 경험을 토대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간접체험을 더해서 정리해본 내 성향은 이성을 선택할 때 확고한 것 한 가지

1.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
2. 나도 그에게 관심이 있을 것
이런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알아보려고 노력한 대상과는 결코 이어지지 않았다. 상대가 내가 생각하거나 상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 발견하는 사람은 지극히 피상적인 일부분을 두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워서 만든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나를 먼저 알리고 나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 중에 내가 관심을 둘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가진 용기로는 어림없겠다. 성혼 매칭 회사에 가입한 사람의 후기를 들어보니 사람을 고기처럼 등급을 매겨서 돈으로 환산하여 계급을 정하고 소개를 해주고, 대부분 돈만 날렸다고 한다.

적극적인 연애를 하지는 못했지만 끊임없이 이성이 꼬이던 20대엔 그나마 대학 캠퍼스에 있어서 많은 사람이 내 모습을 먼저 보는 상황이었고, 이후에 PC 통신 시절엔 얼굴은 몰라도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시작으로 만나볼 대상을 가려낼 기회가 있었다.

외모가 멋진 사람, 학벌이 좋은 사람, 경제력 우위에 있는 사람 등등 선호할 조건을 가진 사람은 많았지만, 만나서 이성으로 끌리지 않아서 20대에는 연애가 더 어려웠다. 시작할 수가 없었다. 호불호가 너무 선명해서 관심 없는 대상에는 끝내 관심을 두지 않는 내 성향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으므로.

내가 좋아하면 외모에 관해선 크게 문제 삼지 않지만, 잘 모르는 이성을 볼 때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 먼저 호불호가 갈린다. 그동안 살아온 것이 노출된 이미지가 담긴 중년의 얼굴은 단순하게 잘생기고 못생겼다는 두 방향으로 나뉘진 않는다.

나와 성향이 다른 이성은 경제력만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조금 반반한 외모로 얼마든지 상대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는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만으로 계산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단순히 열심히 살아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업적을 쌓은 것만으로 이성이 좋아지진 않는다.

아직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 미묘한 느낌이라는 것이 내 발목을 잡는다.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한다. 올해는 내 생활에 변수가 꽤 있어서 여행이나 즐기며 살아야 할 모양이다. 한 살이라도 나이 덜 들었을 때 좋은 사람 만나서 알콩달콩 연애하고 여행도 함께 다니고 싶었지만, 그런 건 마음먹는다고 척척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여전히 어렵다.

딸이 이쯤에서 일어나서 밖에 같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깨워야 하나, 한 시간쯤 더 기다려줘야 하나......

새벽까지 잠 못 들고 아침 일찍 깨서 난 이제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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