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수시로 몸이 떨리고 어지럽다.
오늘은 퇴근하고 원룸으로 돌아와서 그대로 쓰러져서 잠들었다가 깼다.
배가 고픈지 그렇지 않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먹어야겠다는 의무감에 라면을 하나 끓였다. 이상하게 이런 것을 맛있게 먹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맛없다. 몇 젓가락 겨우 삼키고 남겼다.
이 정도면 금요일 저녁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거다. 이렇게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아질 리는 없겠지. 코와 귀가 일시에 심하게 헐고 일에 집중이 안 된다. 손 놓고 자야겠다.
어떤 사고든 원하지 않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생긴 뒷감당은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오롯이 내 몫이 된다. 그러니 피할 수 있는 사고는 최대한 피하고,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나마 그날 겪을 수 있었던 다양한 갈래의 변수를 최대한 통제해서 문이 더 열리지 않게 몸으로 막아내서 팔다리 멍들고 극심한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 외에 몸은 다치지 않았다. 조금 더 힘에서 밀렸다면 그 이상한 여자와 직접적인 몸싸움도 해야 했을 것이고, 더 심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방어를 한 셈이다.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니 어떤 면으로든 자책하지 말자. 묻지 마 폭행을 당해도 네 잘못이 뭔가 있을 것이 아니냐고 따지고 묻는 이상한 사람도 있다.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말인데 이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듣는 잡소리는 짜증 난다.
내일은 탄수화물 식품을 좀 사놔야겠다. 스트레스받으면 이상하게 탄수화물이 당긴다.
*
누구든 나에게 가당치 않은 위해를 가하려고 한다면 지금 심정으로는 물어뜯기라도 할 것 같다. 사흘째 일을 거의 못해서 할 일이 계속 밀린다. 내일은 기필코 하던 일을 마감하고 퇴근한 뒤에 치료받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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