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습기(習氣)'를 글로 흘려보내는 해우소 같은 곳이다. Vasana를 글로 그려내는 나만의 운동장. 대부분 그런 부류의 생각을 순간순간 바람에 구름 흘러가듯 스쳐가는 것을 카메라로 순간포착하듯 순간의 습기를 담아서 버리고 정돈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아직 벗지 못한, 정돈하지 못한 습관적 성향이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 큰 문제는 아니어도 오래 이어져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카르마로 나타날 때는 괴롭다. 그보다는 내가 나를 괴롭혀서 벌을 더 받게 만드는 습성도 있으므로 필요 이상의 선을 넘지 않도록 조율할 방법이 필요하다.
자기 학대와 반성은 엄연히 다르다. 분리 되어서 한동안 잊었다가 돌아갈 때가 되니 하나둘씩 얼굴이 떠오른다.
*
결핍에서 비롯하는 갈망
어떤 이는 돈만 많으면 그럭저럭 살겠다고 한다.
난 이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돈보다는 관심, 보살핌, 따뜻함에 끌린다.
오후 늦게 이사를 끝낸 딸과 브레이크 타임에 걸린 식당 근처에서 끝내 기다리다가 저녁 장사하는 시간에 들어가서 함께 밥을 먹었다. 연못 주변을 산책하면서 마주친 아기가 너무 예뻐서 연신 돌아보며
"아, 아기 너무 예쁘다. 만져보고 싶다. 안아보고 싶다."를 연발하니 딸이 말한다.
"그래, 저 아기는 예쁘긴 하네. 내가 언젠가 아기를 낳으면 안아 봐....."
아기 낳는 거 무섭고, 키우는 것 너무 번거롭고 힘들 것 같아서 싫다더니...... 내가 열망하는 바를 대신 이뤄주려고 예쁜 말을 한다.
그 길을 맴맴 돌며 더 걷고 싶다. 내일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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