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너는 이토록 넘치고 또 넘쳐서
그립고
애틋하고
아쉬운 것이냐
너는 어쩌자고
이토록 넘치고 또 넘치는 것이냐
나는 어쩌라고
*
커피 한 잔 사서 카페인 충전하고 멀리 떠나볼 참이었다. 비상 깜박이를 켜놓고 잠시 커피 사러 나서다가 차 문에 다리가 긁혔다. 처음엔 그냥 피부만 긁힌 줄 알았는데 시커먼 피가 맺혔다. 순간 아찔한 기분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소독약을 찾아보니 눈에 뵈는 건 빨간약뿐이다. 일단 요오드액을 발랐다. 다리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이제 알량한 내 주말여행은 반경이 몹시 몹시 줄어들었다. 가긴 어딜 가겠어? 이 꼴로.
가방엔 아침에 찐 고구마에 찐 달걀에 보리차에 과일까지 야무지게 도시락으로 준비했는데 방안에서 까먹자니 아쉽고, 다리에 통증이 조금 가라앉으면 가까운 숲이라도 찾아가야겠다. 안 다쳤으면 내가 오늘 어디로 갔을지 아무도 몰라.
안동 봉정사에 영주 부석사까지 한 번 가보기 힘든 내륙 지역 고찰을 찍었는데 서울보다 멀어서 이번엔 못 가겠다. 경주 계림에 가서 노는 것도 좋은데 오늘 너무 더울 것이고, 제주에 가자니 내일부터 비 온다고 하니 김샌다. 핑계 많아서 좋다. 이렇게라도 나를 눌러앉혀야 사고를 안 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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