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해에 다녀오는 길에 다솔사에 들렀다가 절 앞 솔숲을 지나서 다솔사 가는 길을 등지고 선 자리에서 몇 번이나 반복되는 것 같은 기시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돌아서면 수십 년도 한 순간이라고, 어린 딸 손잡고 함께 갔던 그 시절이 금세 20년이나 지나고 우리가 언젠가 오늘을 떠올릴 때 다시 20년쯤 지난다면 인생이 눈 깜짝 몇 번 하면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이제 우리가 한 번만 더 이곳에 함께 오면 다시 20년이 지나서 그때라고 말할 거라고 내 입에서 뱉는 순간 정말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지나간 것은 아무렇지 않다. 그냥 그랬던 거다.
오늘도
한순간 지나갔다.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