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빗길을 뚫고 미끄러지는 도로에서 어깨가 뭉치도록 종일 운전했다. 아침 일찍 출근 전에 집주인 만나서 계약서를 다시 썼다. 매번 구두 계약으로 연장하고 월세 올려달란 말 한마디로 월세를 올리며 그냥 지나왔다.
조만간에 집을 비워달란 말도 했다. 학기가 끝나기 전에 혼자 집 구하고 이사하는 것은 생각도 못해 본 일이다. 그보다는 오늘 접수할 서류에 확정 일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어젯밤에 알게 된 것이 문제였다.
엎어지면 코 닿을 가까운 거리만 출퇴근하다가 시외로 한참 달려야 하는 곳에 출퇴근해 보니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오늘은 출근해서 일하다가 연가로 외출 시간을 잡아서 급히 다시 집 근처 행정센터에 가서 그 서류에 확정 일자를 받고 돌아왔다.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을 하고 그 자리로 돌아가던 길에 폭우가 쏟아지는 도로를 더 짧게 접으려고 오른쪽 발에 힘을 주다 보니 문득 설움이 쏟아졌다.
십 년 넘게 매달 월세를 받으면서 기회만 생기면 집을 비우라고 한다. 집에 물이 새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벽이 갈라져도 집을 비우기 전엔 일절 고쳐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는데 여태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붙박이처럼 이 자리에 고여있었다.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비우겠다고 기다려달라고 했다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서로 입장이 다르니 나만 야속하다고 할 수는 없다. 엊그제 비바람 많이 친 날엔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옥상에서 집으로 새어든 물이 주방에 흥건했다.
물을 닦아내면서 이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