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딸을 왜 만났는지, 만나서 뭘 했는지, 어떤 대화를 했는지 며칠만 지나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내 일상의 기억은 순간 휘발하고 만다. 옮기지 않은 사진을 뒤적여보니 지난 목요일에 딸을 만나서 늦은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백화점에 들렀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지 않는 식당이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있으니까.
화요일 (7.18) 오후 - 동대구환승역
수요일 (7.19) 병원 + 충전
목요일 (7.20) 딸 만나서 밥 먹고 구두 수선한 것 찾으러 쇼핑몰에 다녀왔다.
뭔가 연결된 기억의 통로로 향하기 위해 필요한 기록.
금요일 (7.21)
목요일에 딸을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려는데 내 차가 너무 더럽다며 딸이 물티슈라도 달라고 했다. 마침 날아가던 새나 주차한 곳에서 새가 똥을 어쩌면 그렇게 야무지게 잘 쌌는지 내 차 곳곳에 닦아내기를 반복해도 새 똥이 내려앉았다. 그걸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날은 웬일인지 딸이 차를 닦아준다.
차 안에 있는 부스러기도 쓸어 담으려면 작은 청소기를 사야겠다고 일러주기도 한다. 전에 샀던 청소기는 충전에 문제가 있어서 온라인에서 산 것을 코스트코 매장에 한참만에 들고 갔는데도 말없이 환불해 줬다. 다시 그 물건을 사기엔 오류를 한 번 겪어서 도전하고 싶지 않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렀다.
노브랜드 상품 하나를 사서 밤에 충전해서 다음날(금요일) 돌려보니 충전 상태에 불이 들어오는데 전원 버튼이 먹히지 않았다. 몇 번 시도하다가 환불하려고 들고 갔다. 한참 기다린 다음에 노브랜드 직원이 나타났다. 이마트에 입점한 노브랜드에서 직원을 따로 고용한 모양이다.
조립해 보니 작고 부실해 보이는 청소기에 전원도 안 먹히니 당연히 환불받고 다른 물건을 사려고 그 물건엔 마음이 떠났다. 그런데...... 노브랜드 직원이 청소기를 한참 만지더니 전원을 2초 이상 길게 눌러야 작동한다고 알려준다. 아~ 진짜 된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흡입력을 자랑하며 꾹~ 눌러야 작동한다. 포장 상태가 처음과 같고 스티커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 자리에 다시 놓아도 모를 정도인데 한 번 내가 손댔으니 환불은 안 된단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손 쉬운 환불을 경험해 본 나는 사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떠난 허술한 물건이 반품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소 실망했다. 단순변심으로 분류될 상황이니 마트에선 그런 규정을 내세울 수 있다.
그래서 이마트에서 앞으론 소형 가전이나 반품, 환불 안 되는 물건은 사지 말아야겠다. 그들의 규정이 있겠지만, 소비자인 내 선택도 있으니 서로 불편을 겪지 않으려면,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반품할 수 있는 곳에서 물건을 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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