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낙엽만 굴러도 웃거나 운다는 사춘기보다 무서운 갱년기. 신나게 잘 걷다가 길고양이들 보고 운다. 며칠 비 많이 왔을 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대답도 못하는 애들 불러 세워서 말도 건다. 조금 큰 애들은 사람 보고 피하지 않는다. 배고픈 모양이다. 새끼 고양이는 몸을 사리고, 큰 고양이들은 뭐든 달라는 듯 다가오고 소리 낸다.
빈손으로 거기 가서 괜히 미안해진다. 이제 바닷가 산책길에도 츄르를 사들고 가야 하려나..... 영역 동물이어서 구역별로 나뉘어서 새끼 고양이와 무리 지어 있다. 누군가 그릇을 준비해서 먹이와 물 떠놓은 자리가 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새끼 고양이의 마른 몸을 보고, 그 곁을 지키는 어미 고양이를 보고 눈물이 났다가 밥그릇을 준비해 둔 누군가의 손길에 또 눈물이 났다.
안전한 삶을 공유하려는 노력은 종의 차이를 넘어서야 마땅하지만, 아직 같은 종의 안녕과 공존을 위한 지지도 부족하다. 내 앞가림할 수 있는 선을 넘으면 뭐든 해야지. 마음이라도 한 번 더 다져 먹으면,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고 내 배만 두드리는 사람은 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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