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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8월 11일

by 자 작 나 무 2023. 8. 11.

저녁 먹고 책방 앞을 지나가다가 배 깔고 누운 예쁜 고양이를 만났다.

내가 쳐다보니까 다가온다. 줄만한 게 없어서 괜히 미안해진다. 예쁘다고 말을 걸어본다. 내 앞 오뚝 앉은 고양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웅얼거리는 나를 목격한 커플이 책방 앞에서 사진을 찍더니 들어간다.


고양이는 내 앞에서 한참이나 뭔가 기다린다. 내 몸에서 난 기름 냄새나 음식 냄새에 반응해서 먹을 것을 기다렸을까. 길 건너에서 목줄을 한, 개 한 마리가 고양이를 보고 달려오고 고양이는 놀라서 자리를 옮긴다.

누워서 휴대폰으로 동영상이나 저장하려고 앱을 열었다가 또 일기를 쓴다. 노트북으로 올리면 동영상 용량이 커서 올라가지 않는 것이 휴대폰 앱으로 올리면 저장된다. 그런데 동영상 크기는 코딱지만 하다.

이런 크기의 20초 정도 영상이야 그냥 올라가지만, 조금 긴 영상은 컴퓨터로 올리면 용량 초과로 걸린다. 얼마 전까진 그냥 동영상 용량이 커도 문제없었는데 뭔가 달라졌다.

국밥집에 갔더니 지난 일요일 점심때 이후에 계속 휴업 중이다. 9일까지 휴업이라더니 어제는 태풍 때문에 임시 휴업, 오늘도 임시 휴업. 금요일 저녁을 국밥 한 그릇으로 해결하려고 했더니….

동네를 뱅뱅 돌다가 튀김덮밥집으로 갔다. 혼자 가도 밥 먹을 수 있는 집 중에 먹을만한 집 고르기가 쉽지 않다. 혼자 밥 먹으러 가면 환영하기 곤란한 상차림, 반찬 내놓기 곤란한 물가에 수긍하게 된다.


맛있게 잘 먹었는데 일어서니 속에서 기름 냄새가 살짝 역류하는 느낌이 든다. 식용유나 뭔지 모르게 속이 불편해지는 기름에 튀긴 음식은 한두 입 맛있게 먹다가 후회한다. 오랜만에 먹고 싶었는데…. 몇 달 지나서 기름 냄새를 잊었다.

집에 가서 가지 튀김 할까 생각했는데 혼자 먹으려고 튀김 만들려고 하니까 어쩐지 생각만으로도 기운 빠져서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떨이로 엊그제 사온 가지 한 봉지가 냉장고에 있다. 찹쌀가루 한 봉지 얻은 것을 튀김옷으로 한 번 시도할까 했는데 일요일에 딸이 오면 해주고 싶어서 참는다. 내가 한 번 맛있게 먹고 나면 이틀 연거푸 같은 음식을 해서 그 만큼 맛있게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두 그릇 정도만 끓이면 될 미역국도 한솥 끓여놓은 내 손이 커서 작은 냉장고가 일없이 복잡하다.

오늘은 자연스럽게 잠들고 얼마나 잘 수 있는지 보려고 가만히 멈춰서 기다려야 하는데 책 몇 장 넘기다가, 쇼핑 창을 열었다가, 동영상을 보다가, 앱으로 쓴 글을 노트북으로 열어서 줄간격 태그를 넣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게 한다. 내 몸에 뻣뻣한 기운이 빠져서 해파리처럼 퍼질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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